이런저런 이야기

AI시대, 교육에 대한 생각

ANOGRO 2025. 6. 2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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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AI 관련 책이나 영상을 보며 공부하고 있다.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으로 '질문하는 힘', '창의적 사고', '비판적 판단력' 같은 게 자주 언급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나라처럼 정답 맞히는 교육으로는 AI 시대에 경쟁력 없겠네."

 

 

한국 교육의 문제는 명확해 보였다.

객관식 5지선다에서 정답 하나 고르는 훈련, 과정보다는 결과만 중시하는 문화,

틀리는 것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 토론이나 논증 훈련은 거의 없고,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해서 상대를 설득하는 경험도 부족하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가 갑자기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검증하라"고 하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해외 교육과정도 알아봤다.

AP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험 중심이지만,

IB나 캠브리지는 과정 중심의 탐구형 교육이어서 훨씬 이상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현실은?

정작 AI를 선도하는 나라들을 보니 미국과 중국이었다.

메타에 합류한 알렉산더 왕을 비롯해,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같은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모두 미국에서 나왔다.

심지어 이들 대부분이 대학 중퇴자들이었다.

 

여기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미국도, 중국도 결국 정답 중심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도 상위권일수록 SAT, AP, 조기 STEM 코스로 '정답을 빠르게 찾는 교육'을 중시한다.

 

그럼 내가 잘못 본 걸까?

AI 시대에는 정답보다 문제 정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배웠는데,

정작 지금 AI를 이끄는 국가는 '정답형 인간'을 양산한 나라들이라는 거 아닌가.

 

교육이 아니라 사회 구조였다

다시 처음부터 돌아봤다.

어디서부터 사고의 흐름이 어긋났는지.

이번엔 '사회 구조'에 주목하게 됐다.

 

미국은 정답을 빨리 맞힌 다음, 그걸 토대로

실패해도 되는 환경에서 다시 설계하고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대학 중퇴해서 창업한다"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미쳤다"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쿨하다, 도전적이다"라고 본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부터 이어진 '대학 중퇴 성공 신화'가 사회적으로 각인되어 있고,

실패가 경험과 학습의 기회로 여겨진다.

 

더 중요한 건 사회적 인프라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아이디어만 있어도 엔젤 투자자, VC들이 기꺼이 돈을 댈 의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20대가 "대학 그만두고 창업하겠다"고 하면 투자받기가 정말 어렵다.

그리고 아이비리그나 스탠포드 같은 곳의 강력한 네트워킹도 있다.

중퇴를 해도 그 인맥은 남아있고, 동문들이 서로 도와주는 문화가 있다.

 

중국은 또 다른 방식이다.

정답을 빠르게 대규모로 복제하고, 그걸 실행하는 속도와 인프라가 굉장하다.

개인의 창의성보다는 집중과 규모의 경제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유럽의 역설: 이상적 교육, 뒤처진 AI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역설이 있다. 

유럽, 특히 북유럽은 우리가(어쩌면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핀란드의 창의적 교육, 덴마크의 자유로운 학습 문화,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토론 중심 교육 등이다.

그런데도 AI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은 투자 규모 자체가 작고, '규제 우선주의' 문화가 강하다. 

EU AI Act 같은 엄격한 규제가 초기 단계 실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과 중국이 "일단 만들고 나서 생각하자" 식이라면, 

유럽은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접근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문화적 차이가 있다. 

미국은 "빠르게 실패하고 빠르게 배우는" 문화, 

중국은 "대규모로 빠르게 실행하는" 문화인 반면, 

유럽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안전하게 진행하는" 문화다. 

 

유럽은 창의적이고 비판적 사고를 잘 기르지만, 

위험을 감수하는 문화나 빠른 실행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즉, 정답 교육은 동일해도 그 이후 사회가 허용하는 '경로'가 달랐던 것이다. 

그리고 이상적인 교육이 반드시 기술 혁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교육 시스템과 혁신 역량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아직 AI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된 수준이고,

앞으로는 어떤 역량이 더 중요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건 앞으로 사회는 빠르게 변화할 것이고,

교육 탓만, 사회 구조 탓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IB 교육을 받아도

결국 "안정적인 대기업 취업"이 최종 목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교육이 이상적이라고 해서 바로 혁신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고,

사회 시스템 전체가 혁신을 뒷받침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 살면서도, 교육이나 사회를 바꾸진 못하지만

내가 바꿀 수 있는건 뭘까?


먼저 학습 방식부터 바꿔볼 수 있다. 

"정답 찾기"에서 "문제 만들기"로 전환하는 것이다. 

뭔가 공부할 때 "이걸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 "이게 틀렸다면 왜일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같은 질문을 습관화하는 거다. 

AI도 단순히 답 찾는 용도가 아니라 토론 상대방으로 활용하면서 논리를 발전시켜볼 수 있다.


그리고 실패해도 괜찮은 규모의 작은 실험들을 시작해볼 수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 작은 창작 활동, 새로운 기술 배우기 등 

결과보다는 "해봤다"는 경험 자체를 쌓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실패해도 큰 타격이 없는 영역에서라도 시도해보는 것이다.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단일화된 시각이니만큼, 

의도적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거나, 다른 분야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전혀 다른 관점의 콘텐츠를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남들과 공유하는 연습, 즉 글쓰기와 발표하기를 통해 내 관점을 표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교육 시스템이 바뀌길 기다리거나,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길 바라기보다는, 

"시스템이 바뀌길 기다리지 말고, 

시스템 안에서라도 다르게 행동하는 법을 찾자"는 마음가짐이 더 현실적일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아노그로(ANOGRO)'라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해외에 단기 체류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Log in ANOther GROund, grow in colorful layers"라는 슬로건처럼,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책이나 영상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실제 체험을 통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단일화된 시각을 벗어나 

다양한 사회의 분위기를 직접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AI 시대에 필요한 

다각적 사고, 문화적 적응력, 창의적 문제해결 역량이 자연스럽게 길러졌으면 좋겠다. 

 

아노그로를 통해 많은 가족들이 colorful layers를 쌓아가며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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